2년 반만의 일기.
한동안 정착해서 먹던 갓성비 원두 로스터리가 있었는데, 생두 가격이 갑자기 올랐을 즈음부터 원두 상태가 너무너무 안좋아져서 다시 원두 유목민이 되었다. 그래서 비싸서 가끔씩만 사먹던 동네 원두가게를 자주 가게 되었고, 다시 티스토리에 정리해놓은 글을 보고 있었는데, 가격이 바뀐 곳이 꽤 있어서 업데이트를 한다고 오랫만에 티스토리를 켰다. 그리고 2년 반 만에 티스토리에 일기를 쓰고 있다.
얼마전, 정치 관련 라디오를 듣다가 화가 난 적이 있다. 진행자가 대통령에게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부모님들이 원하는 게 대단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 그냥 "사과해 주면" 되는 거 아니냐.'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의도는 아마 나쁜 것이 아니었을 테지만, 듣는 순간 너무나도 화가 났다. '사과를 해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사과를 해주는 게 대체 뭔 소리야!'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겠지만, 사과를 기다리는 입장에서 저런 말을 들으면 너무나도 화가 날 것 같았다. 더럽고 치사해서 그딴 사과 안 받고 싶을 것만 같았다.
'사과만 해주면 되는 건데 왜 사과를 안 하냐'는 말은, 기껏해야 사과를 받아야 할 당사자들만 입에 올릴 수 있는 말 아닐까...? 차라리 사과라도 하면 어쩌면 용서해줄 지도 모르는데 왜 사과를 하지 않느냐고 말했어야 했던 게 아닐까?
'사과해 주면'이라는 다섯글자에 당사자도 아니면서 너무나도 화가 났던 날. 다시 생각하니 또 화가 나려 한다. 그런데 내가 화를 낼 자격이 있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이런 걸로 화를 내는 것도 오만한 게 아닐까 싶어서...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내가 0.1%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그래도 너무나 마음 아픈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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