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배기 로스팅 도전기> #2 인도네시아 만델링(1)
로(스팅어)린이의 뚝배기 로스팅 일지입니다.
원하는 맛을 찾고 유지할 수 있을 때까지 생두 쇼핑몰도 바꿔가며 계속 기록할 예정입니다.
아는 것도 경험한 것도 없는 로린이에게
조언은 너무나도 큰 도움이 됩니다♥
(현재 만델링 볶기가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전문가님들께서 보신다면 친히 도움의 손길을...ㅠㅠ)
맛있게 볶는 법 근처에도 못 갔다.
그나마 맛이 좋다고 느꼈던 #15도 에어로프레스로 내렸을 때에는 맛이 좋았는데 모카포트로 내리니 영 쓰기만 하고 별로다. #9와 #12도 볶자마자 마셨을 때에는 괜찮은 줄 알았는데 다시 마셔보니 영. 만델링은 뚝배기로는 안되는 것일까, 아니면 내 손목 스킬이 늘면 맛있게 볶을 수 있게 될까.
(#5가 있어야할 곳에 #14가 있는 이유는...
#15를 볶기 전 하나씩 차례로 마셔보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풀맛이 났다. 그러다가 #5를 마셨는데 정말 맛이너무 안 좋아서 화가났다. 그래서 커피와 남은 원두를 모두 버렸는데 그걸 까먹고 다른 원두를 #5인줄 알고 저 자리에 놓았던 것.)
아래는 그때그때 적어두었던 내용이다.
#1 21.02.01
처음이라 살짝 소심하게 볶아 보았다. 22분 정도 소요!
갈아보니 원두와 톤이 꽤 비슷한데 약간 빨갛다.
맛은 음? 싶었는데 얼마전 주문해서 받은 로스티드 홀빈 보다는 맛있었다. 이건 디게싱도 안했는데... 레퍼런스로 비교하려고 주문했는데 싼 게 비지떡인가보다. 전에 프렌치프레스로 마셔보고 감격했던 일디오나 유명한 곳에서 다시 주문해야겠다.
#2 21.02.02
어제와 전반적으로 비슷.
맛도 비슷!
#3 21.02.03
이번에는 조금 더 강하게 볶아보았다. 소요시간 20분.
사진보다 진한 색이다.
쓴맛이 처음부터 끝까지 쫙 깔려있다.
내가 좋아하는 만델링 특유의 고소함 달콤함의 여운은 전혀 없지만 굉장히 깔끔하게 떨어지는 뒷맛이었다.
다음은 훨씬 약하게 볶아봐야겠다.
#4 21.02.03
사진보다 살짝 밝다.
소요시간 15분 30초. 2팝 시작 전 배출.
산미라고 해도 될 것 같은 신맛이 진하게 나다가 옅은 달콤 고소한 여운이 남는다. 이런 맛이라면 아침에 출근하며 들고가면서 즐거울 수 있을 것 같다. 드디어 만델링 티가 나는 원두가 나왔다! (==> 며칠 뒤 마셔보니 아무 특색 없는 맛...)
오늘 유튜브에서 새로 배운 게 있다. 원치 않는 향이 날 때에는 열을 최대한 많이 주어 그 구간을 빨리 보내서 향을 날려주고, 원하는 향이 나는 시점에서는 열을 적게 주어 향이 날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뚝배기는 불 세기를 바꿔도 한참 후에 전달된다.
투입할 뚝배기 온도, 투입 후 불 세기, 1팝 전 언제쯤 불을 줄여야 원하는 시점에서 열이 줄어드는지, 1팝 끝나고 불 세기를 얼마나 줄여야 원하는 밝기에서 2팝이 나오는지 루틴을 만들어봐야겠다.
다음에는 이번과 비슷하게 하다가 1팝 후 불을 조금 덜 줄여서 2팝 시작 후 배출해봐야겠다.
#5 21.02.04
사진보다 살짝 어둡다. 투입온도를 조금 낮추고 갈변 후 불을 살짝 낮췄다가, 부족한 것 같아 다시 올려서 1팝은 8분 20초. 1팝 후 발열기일거라 생각하고 열을 줄였는데... 열이 부족했는지 2팝이 오지 않길래 어쩔 수 없이 13분 30초에 배출했다. 얘는 불을 많이 먹나보다.
#4보다 약한 신맛에 여운은 어제보다 살짝 더 맛있게 남는데, 단맛이 도무지 나오지를 않는다. 그래서 한참 여기저기 로스팅 팁들과 불조절 노하우를 찾아보고 다음에 해볼 걸 정리해봤다.
다음 로스팅 때에 해볼 것
1) 투입 온도는 그대로 낮게
2) 갈변 전까지 조금 더 낮게
3) 1팝 전 불을 좀 높여서
4) 1팝 후 온도 올라간 후 불을 조금 더 높여서
5-1) 2팝 시작하자마자 배출
5-2) 2팝 시작 전 배출 (1팝 시작 시점이 배출의 75%로)
초기 온도를 낮추고 후반 살짝 온도를 높여봐야겠다. 그럼 더 고소하거나 못 찾았던 단 맛이 올라올지 궁금하다!
찾다보니 만델링이 로스팅하기 쉽지 않은 원두라는 것 같던데, 시작을 로부스타나 만델링이나 골치아픈 아이들로 참 잘도 골랐다 ㅋㅋㅋ 하긴 뭐 신생아급 초보가 뚝배기로 볶는데 안 어려운 생두가 있기나 할까!
그나저나 1kg를 사서 100g씩 볶았는데 5번만에 벌써 동이 났다. 결점두 고르다가 안에 벌레 들어있을까 조금이라도 걱정되는 애들을 다 버려서 그런가보다. 처음 만난 만델링 생두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별로였던 게, 쌀알만한 애들이 너무 많았다. 다른 데는 어떤지 궁금하다. 비싸도 품질 좋은 데 있음 그게 이득일텐데.
그래서 이왕 시작한 거 이제 됐다 싶을 때까지 만델링으로 끝장을 보자며 두 군데에서 다른 종류로 1kg씩 총 5kg 주문했다. 3kg는 내일 받을 듯 하고 2kg는 모레 받을 것 같다. 이번 생두는 부디 절반이나 골라내게 되지 않길 바라며...
(네이버카페-아체/아체+/린통빅빈, G사-바투TP/가요마운틴)
오늘은 볶을 만델링이 없으니 안티구아와 후일라 결점두를 마저 골라서 담아놔야겠다. 심심한데 안티구아를 구워볼까 했지만 헷갈릴 것 같아서 뒤로 미루기로 했다. 엄청 맛있진 않아도 남한테 마셔보라고 할 수 있는 정도의 만델링이 나오면 쉬어갈 겸 한 번 볶아볼까 싶다. 아님 무난한 맛이 나올 것 같은 조금 덜 아까운 후일라를 볶아볼까 싶기도! 어쨌든 신이 나는구만!
만델링을 꾸준히 맛있게 볶을 수 있는 스킬이 생기기만 하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은 오늘이다.
#6 21.02.06
1'50" TP
9'50" 1팝
12'50" 배출
색은 밝고 맛은 짜다.
우연히 보게 된 로스팅 강의에서 9'20" 1팝, 12'30" 배출이 드럼식 로스터기에서 가장 기본적인 프로파일이라고 했다. 어떤 생두든 어찌 되었든 먹을만한 결과물이 나온다고 했다.
뚝배기는 가스열이 뚝배기를 타고 커피에 전달되니까 열풍식 프로파일은 참고하기가 어려울 것 같고, 드럼식이 그나마 가장 비슷하지만 공기가 끊임없이 열을 가져가기 때문에 불조절은 온도 변화를 보며 스스로 찾아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것이 다르겠지만, 일단은 뚝배기의 온도를 기준으로 1'30"~2'00" TP, 4'00"부터 노랗게 되기 시작해서, 9'20" 1팝, 12'30" 배출, 그렇지만 온도는 최대한 예쁘게 올라갈 수 있게 해보기로 했다. (사실 만델링은 초반을 조금 더 길게 가져가야 한다는, 또는 온도가 올라가는 속도를 조금 작게 해야 더 맛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일단 기본적이라는 것에서 시작해서 뚝배기의 1팝과 배출 시간을 잡아봐야겠다.) 그래서 1'50" TP / 9'50" 1팝 / 12'50" 배출이 되었다.
결과물은 밝은 갈색에 맛은 짜다. 그래도 생두가 좋은지 마실만은 하다.
짠맛은 발현이 너무 안 되었을 때 나오곤 한다는데, 열도 부족하고 시간도 부족했던 거 아닌가 싶다.
뚝배기는 원두를 태우지 않으려면 아주아주 센 불을 줄 수가 없고 열을 줘도 공기중으로 날아가니까 충분히 열을 주려면 시간을 더 길게 가져갈 수 밖에 없는가보다. 투입온도는 그대로 하고, 초반은 비슷하게, 후반에는 열을 조금만 줄여 시간을 더 길게 가져가봐야겠다. 그러면, 음. 30%정도 늘려서 11'30" 1팝 / 16'00" 배출을 한 번 해봐야겠다. 투입온도는 그대로 둘 거니까, 아마 비슷하게 하면 될 것 같다. 후반 불조절만 덜 세게 하고.
#7
2'00"쯤 TP
9'30" 1팝
14'00" 배출
#8
1'30"쯤 TP
12'00" 1팝
17'00" 배출
#9
15분경 1팝 / 2팝 시작 직후인 23분 배출로 기억하는데, 기록해놓지 않음.
볶자마자 마셨을 때에는 탄맛 아린맛이 조금 있었고, 다음날 모카포트로 내려서 갔는데 생각보다 맛있게 마셨음.
만델링 본연의 맛은 안 나지만 쌉쌀한 나름 커피 맛이 나서 마실만은 했지만... 아쉬웠다.
#10 21.02.09
1'00"쯤 TP
11'10" 1팝
17'00" 배출
오늘 처음으로! 만델링 맛이 난다!
결정적으로 달리 한 건, 11분 1팝 목표로 투입 후 바로 온도를 낮춘 것과 1팝 전 온도 조절을 딱 한 번만 했다는 것.
처음에는 화력을 좀 낮게 일정하게 하다가 9분쯤 조금 올려서 11'10"에 첫 1팝 보고, 1팝 소리가 한 번 나고 안나길래 온도를 살짝올렸다가 다시 원래대로 내리고, 온도가 떨어지길래 방금보다 조금 더 많이 올렸다가, 16분쯤 많이 줄이고 17분에 배출. 찍은 영상을 보니 1팝 후 온도가 오르락 내리락 한다.
맛있는 만델링 맛까지는 아니지만
처음에는 약한 산미, 약간 고소한 맛이 나다가, 끝에는 아주 살짝 달콤한 맛이 비친다.
얼음 넣고 다 녹았을 쯤 다시 마셔보니 꽤 짜다. 초반 온도가 작았나 싶다.
처음은 살짝만 더 올려서 하다가 8분쯤 조금 더 높여서 10분 1팝,
그 후는 그대로 또는 상황봐서 조금만 낮춘 채로 볶다가 15분에 배출해봐야겠다.
아니면 다음부터는 150g씩 해볼까 싶다. 그러려면 또 결점두 골라야되는데 눈알 빠지겄다.
#11~#14는 총 시간을 늘려서 볶아보았고, 영상으로 찍어놨지만 맛이 없어서 정리할 의지가 사라져버렸다.
설 연휴가 끝나고 지금까지 볶은 원두들을 조금씩 마셔보았는데 하나같이 맛이 없다. 맥이 빠질 지경이다.
중간중간 별 생각 없이 볶았던 과테말라와 후일라는 마실만한데, 3kg을 눈알 빠지게 핸드픽해서 2kg 넘게 공들여 볶은 만델링은 대체 왜!! 이렇게 맛이 없을까 싶어서 자료를 조금 더 찾아보았다.
한 전문가의 설명에서 만델링은 깨져있는 생두가 많고 해서 특성상 달래듯 로스팅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살짝 더 낮은 온도에서 투입해서 TP를 2분 이후로 미루면서 동시에 온도도 많이 떨어뜨리고, 초반 온도상승률을 비교적 작게 가져가서 길게 끌어줘서 11분~15분쯤 1차팝이 오도록 한다고 했는데 전도열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드럼식 로스터기 기준으로 이야기한 거니까 뚝배기에도 적용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11분, 13분, 15분, 17분, 20분에 1팝이 오도록 해보았지만 하지만 하나같이 풀맛이 났다. 그것도 역한 풀맛이. MI 생소라 GSC 세 군데에서 시킨 생두로 골고루 볶아봤으니 세 군데가 다 생두 탓은 아닐텐데. 대체 뭐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전에 일디오에서 주문해서 맛있게 마셨던 만델링과 냄새만 비슷하고 맛은 딴판이다. 이제 대체 무슨 맛인지 모르겠어서 답답하다.
#15 21.02.19
*특이사항: 인도네시아 아체 만델링 플러스로 생두 변경. 기존에는 수마트라 만델링 G1과 그냥 아체로 볶았었다.
2'30" TP (무의미하겠지만)
13'10" 1팝
17'00" 배출
찾아보니 만델링은 낮은 온도에서 배출하면 풀맛이 많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1팝 후 불을 크게 줄이지 않고 온도가 계속 올라가도록 한 뒤, 전보다 훨씬 높은 온도에서 배출했다.
19일 밤에 볶고 20일 아침에 에어로프레스로 내려보았는데 이거 꽤 마실만하다. (모카포트로 내려 마셔보니 쓰고 그냥 그랬다.)
*2014년도 WAC(World Aeropress Championship) 2등 레시피, 18.5g / EK43 6.2 / 35˚ 80g 3분 후 92˚ 135g 추출 30초
에어로프레스를 18일에 주문해서 20일에 받아 처음 내려본 거라서 모카포트로 다시 마셔봐야 하지만, 지금까지의 만델링보다 훠얼씬 낫다! 일단 풀맛이 전혀 안난다!! 1팝 후 온도가 쭉 올라가게 해서 높은 온도에서 배출해서 그런걸까? 만델링이 수확이 잘 안되서 뉴크롭이 별로 없다는 것 같던데, 생두 탓이었던 걸까? 그냥 아체 만델링이 아직 남아있으니 테스트해봐야겠다.
거의 30번째 로스팅을 했는데 만델링은 뚝배기로 열심히 볶아봐야 안되는 건가 하며 슬퍼지려던 찰나에 찝찝한 뉘앙스 없는 마실만한 만델링이 나와서 감격스럽다. 전문점에서 볶아준 원두에서 느꼈던 내가 좋아하는 맛? 뉘앙스?는 아직 안 나왔지만 100번쯤 볶아보면 나올지도 모른다는 초심으로 다시 열심히 볶아봐야겠다. 지금까지 볶아놓은 원두가 많으니까 다 마시든 버리든 모두 처리할 때까지 잠시 쉬었다가!
아참, 생소라에서 서비스로 보내준 온두라스도 볶아보았는데 너무 대충 볶아서그런지 향이 별로 없었다. 그치만 마셔보니 달다. 그래서 커핑노트를 좀 찾아봤는데 아마 비스킷 향인 것 같다. 수마트라/자바 만델링 커핑노트들을 보며 깨달은 게 하나 있는데, 내가 만델링을 프렌치프레스로 내려 마시며 눈이 번쩍 뜨이듯 감격했던 게 비스킷향과 긍정적인 흙향(earthy) 그리고 oily한 silky한 바디감? 텍스쳐?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번에 추가로 주문한 한국생두거래소 자바 만델링커핑노트에 oily가 적혀있었는데 아주 기대가 된다! (우리동네 CJ택배 기사님들은 주 5일 근무하나보다. 기사님들의 건강과 권리를 위해서는 좋은 일이겠지만, 생두가 4일밤이나 차가운 택배 창고&트럭에서 보내고 나한테 온다니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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