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적은 돈으로 맛있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뚝배기 로스팅에 도전해보기로 한다.
Prologue
거의 하루에 한 잔씩 카페 커피를 아무 생각 없이 마셨었다. 어느날 문득, 비싼 돈(4천원 이상)으로 그리 맛있지 않은 커피를 마시고 있으며 맛있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는 2배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걸 깨닫고 왠지 억울해졌다.
그래서 모카포트와 분쇄 원두를 사서 마시기 시작했는데, 2~3일 만에 맛이 없어지는 분쇄 원두를 보고 그라인더를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알아보다 보니 홈로스팅에도 관심이 생겼고 로스터기는 몹~시 비쌌다. 게다가 그라인더처럼 사고 싶은 상품을 딱 정할 수도 없었다. 비싼 돈(10만원 이상)은 그라인더를 사는 데에서 멈추기로 했는데 로스터기를 보다 보니 몇백만원 짜리가 사고 싶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나의 홈커피라이프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다.
초심을 되새기며 뚝배기와 팝콘기 개조 로스팅에 눈이 갔는데, 일단 더 접근이 쉬운 뚝배기로 시작하기로 했다.
*이 글은 계속해서 업데이트됩니다.
#1 / 21.01.26
- 중량: 모름 (100g 추정)
- 불 조절: 센불 > 1차 팝 후 중불 > 점점 줄이다가 2차팝 1분 후 off
- 1차 팝 시기 : 7' 30" (다른 생두영상이었지만 유튜브에서 본 것과 거의 똑같은 시간이어서 내심 기대)
- 2차 팝 시기 : 11' 30"
- 총 소요 시간: 14' 00"
- 원두 색상: 밝은 갈색. 약배전도 이것 보다는 짙을 듯 한데 비교 대상이 없어서 알 수 없음. 한쪽 면만 탄 원두가 많음.
- 분쇄 색상: 설사색.
- 로스팅 직후(드리퍼): 왜 밍밍한 숭늉 맛이라고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음. 커피가 거의 녹아나지 않는지 매우 연함.
#2 / 21.01.26
- 중량: 모름 (100g 추정)
- 불 조절: 센불 > 1차 팝 후 off > 중불 > 살짝 올렸다가 2차 팝 시작될 즈음 off
- 1차 팝 시기 : 4' 30" (너무 일렀음)
- 2차 팝 시기 : 7' 30"
- 총 소요 시간: 11' 30"
- 원두 색상: 전반적으로 #1보다는 짙었으나, 색상이 전혀 고르지 못함.
- 분쇄 색상: #1과 거의 같음 (겉만 타고 속은 덜 익은 듯. 다음에는 조금 더 오래 볶아봐야겠다.)
- 로스팅 직후(드리퍼): 정말 너무 맛없어서 화날 뻔 했음. 한모금 마시고, 다시 한 모금 마신 뒤 다 버림.
#3 / 21.01.27
* 특이사항: 저울/온도계 사용 시작. 예열을 뚝배기 위 물방울이 마를 때까지 함.
- 중량: 50g (너무 적어서 오히려 잘 안 뒤집힘. 다음에는 70g으로 해봐야겠다.)
- 불 조절: (동영상으로 확인 예정) 센불> 1차 팝 후 중불> 약간 센불 > ... ?
- 총 소요 시간: (동영상으로 확인 예정)
- 1차 팝 시기: (동영상으로 확인 예정)
- 2차 팝 시기: (동영상으로 확인 예정)
- 원두 색상: 전반적으로 #1보다는 짙었으나, 색상이 고루지 못함. 탄 콩 개수 많이 줄어듬
- 분쇄 색상: #2보다는 훨씬 짙어짐. 그렇지만 조금 더 볶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 로스팅 직후(캡슐): #1보다 짙은 맛, 뒷 단맛 느껴졌음. 풀맛/아린맛/쇠맛이 나서 다음에는 물에 담궜다가 해볼 예정.
#4 / 21.01.28
* 특이사항: 물에 20시간 담궈 두었던 생두를 물기 빼고 살짝 말려서
- 중량: 90g
- 불 조절: (동영상으로 확인 예정)
- 총 소요 시간: 약 40분
- 1차 팝 시기: 불분명함 (거의 시작하자부터 시작되서 끝날 때까지 드문 드문 1차 팝 같은 소리가 나서 모르겠음)
- 2차 팝 시기: 불분명함 (1차 팝 끝나고 3분 정도 뒤부터 살짝 났는데 끝날 떄에도 났음. 알 수 없음)
- 원두 색상: 지금까지 중에 가장 짙음 (비교 대상이 없어서 내일 홀빈 받으면 비교 예정)
- 분쇄 색상: 일디오 분쇄 만델링보다 살짝 짙은데 거의 비슷함
- 로스팅 직후(캡슐): #3보다 향이 깊고 뒷 단맛이 깔끔. 아린맛/쇠맛 無. 물에 희석하니 (긍정적인 의미의) 보리차
- 후기: 꽤 성공적인 듯 하지만 원래 어떤 맛인지 모르니 감이 오지 않는다. 어제 로부스타 홀빈을 주문했는데 받으면 바로 비교해봐야겠다.
#5 / 21.01.29
- 중량: 70g
- 불 조절: 투입 후 90% > 1차 팝 후 중불 > 14분에 off > 20분 배출
- 총 소요 시간: 20' 00"
- 1차 팝 시기: 6' 30" (거의 시작하자부터 시작되서 끝날 때까지 드문 드문 1차 팝 같은 소리가 나서 모르겠음)
- 2차 팝 시기: 소리 못 들음
- 원두 색상: 스콧 라오 「커피로스팅」 사진과 비교했을 때, 풀 시티와 유사
- 분쇄 색상: 스콧 라오 「커피로스팅」 사진과 비교했을 때, 시티 원두 색상과 비슷한 듯. 원두보다 살짝 밝음
- 로스팅 직후(캡슐): 입에 넣자마자 우와! 했다. 첫 맛, 중간 맛, 끝 맛, 여운이 모두 분리되어 순차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전과 비교해서 첫 맛이 깔끔하고 부드러웠고, 중간 맛은 비슷하고, 뒷맛은 전에는 약간 불쾌한 단맛이었다면 이번엔 깔끔하고 기분 좋은 단맛, 그 후에 한참 동안 여운이 남는 또 다른 맛이 있었다(약간 보리차 같은?). 뜨거운 상태로 한 모금 / 얼음에 희석해서 한 모금. 뜨거운 상태가 더 부드러웠다.
#6 / 21.01.29
* 특이사항: 만족스러웠던 #5에 이어, 이번에는 조금 더 다크하게 해볼 생각임
- 중량: 70g
- 불 조절: ~0' 30" 센 불 > ~6' 20" 8~90% > 중불 > 18' 30"에 off
- 총 소요 시간: 25' 16"
- 1차 팝 시기: 6' 40" ~ 14분경까지 계속...
- 2차 팝 시기: 18' 00" 쯤 살짝 나는 것 같았는데, 확실치 않음
- 원두 색상: #5보다 아주아주 살짝 짙음 (평균보다 짙은 원두들 갯수 많음. 중반에 좀 탄 듯.)
- 분쇄 색상: #5와 거의 비슷한데 아주아주 살짝 짙고 조금 더 붉은 느낌.
- 로스팅 직후(캡슐): #5는 맛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보다 못한, 그 전 같은 맛이 났다. 모든 맛들이 섞여서 나고, 속이 쓰릴 것 같은 맛?이 난다.
#7 / 21.01.30
* 특이사항: 처음으로 1, 2차 팝이 제대로 나왔음. 원두 생상과 분쇄 색상이 유사!
- 중량: 50g
- 불 조절: ~0' 30" 센 불 > ~6' 20" 8~90% > 중불 > 18' 30"에 off
- 총 소요 시간: 13' 00"
- 1차 팝 시기: 4' 30" ~ ??
- 2차 팝 시기: 10' 00"
- 원두 색상: 스콧 라오 「커피로스팅」 사진과 비교했을 때, 풀 시티와 유사 (#5보다 아주 살짝 옅을지도)
- 분쇄 색상: 평균 원두 색상과 동일!!!
- 로스팅 직후(캡슐): 이 정도면 출근길에 마셔도 괜찮겠다 싶은 맛. #5처럼 첫 맛이 부드럽진 않음. 모든 맛이 구분되 느껴진다기 보다는 끝맛을 제외한 모든 맛이 살짝 어우러진 느낌. 여기에 끝맛인 단맛이 나올 쯤 코에서 킁킁 하고 살짝 뿜어져 나오는 위스키 같은 탄 향이 추가됨! 끝맛 뒤에 여운도 조금 남는데, 여운 끝에 아주아주 살짝 쇠맛.
<보다 자세한 이야기>
21.01.27 #3
어제 두 번의 뚝배기 로스팅이 처참하게 망했다.
원두 색도 밝고 갈아보니 황토색... 그래도 첫 번째 꺼는 밍밍한 숭늉 느낌이라도 났는데 두 번째 껀 별 희한한 맛이 다 났다. 가장 후회됐던건... 한 번도 마셔본 적 없는 로부스타를 싸다고 1번으로 주문한 것이다. 원래 무슨 맛인지도 모를 원두로 했더니 태우지 않고 속까지 익히기 위한 불조절 외에는 감이 잡히는 게 단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오늘, 주문한 온도계와 저울이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고 로스팅을 빨리 다시 도전해보고 싶었다. 유튜브로 전에 봤던 영상을 다시 찬찬히 보며, 예열 후 불을 조금 더 약하게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타는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로스팅을 하며 뭘 적을 수는 없을 테니 동영상으로 남기기로 했다.
유튜브와 어제의 탄 원두를 생각하면서 다시 로스팅을 시도한 결과, 여전히 이상하지만 어제보다는 훨씬 나은 결과물이 나왔다!
온도계는 바깥쪽에 꼽을 수 밖에 없어서 유튜브에서 보았던 로스터기들의 온도와는 전혀 다른 값이 나오기도 했고 동영상에는 온도계가 찍히지 않아서 해보고 싶었던 시간/온도 프로파일은 남길 수 없었다.
오늘 결과물 분석
- 살짝 더 약한 불에 오래 볶았더니 어제보다 가루 색깔이 훨씬 짙어졌다. 그래도 여전히 주문한 원두 가루보다 옅다. 약배전이 이 정도이거나 그것보다 살짝 덜 볶은 거 아닐까 싶은데 비교 대상이 없어서 일단 패스.
- 일단 커피 같은 맛이 나서 감동적이었다. 끝 맛이 상당히 단데, 풋맛이 단맛과 섞여 나는 것 같아서 약간 역겹다... 아린 맛도 살짝 나는 것 같고 그라인더 탓인지 아주아주 살짝 쇠맛 같은 게 난다.
==> 생두를 100그람 조금 넘게 물에 담궈두었다. 모레쯤 꺼내서 말려서 로스팅해보고 잡맛이 사라지는지 보자.
오늘 제일 많이 든 생각은 숟가락으로 원두를 잘 뒤집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과 연습을 더 해봐야한다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본 건 전문가가 수많은 연습 끝에 갖게 된 스킬이라 그런지 내가 볶는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천천히 볶는 것 같은데 원두들이 아주 예쁘게 섞이며 볶인다.
어제는 저울이 없어서 알 수 없지만, 오늘 재본 것과 비교했을 때 100그람 조금 넘게 볶았던 것 같다. 어제는 생두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전문가 영상을 따라서 50.0g 딱 맞춰 했는데 뚝배기 사이즈가 꽤 다른지 콩이 너무 적어서 볶기 어려웠다. 어제는 콩이 많긴 했지만 숟가락으로 원을 그리면 전체가 움직이는 것 같았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내일은 80g으로 조금만 더 센 불에 조금 더 짙은 색깔이 될 때까지 볶아봐야겠다. 우리집 가스렌지에 뚝배기를 올리면 비스듬하게 되지 않아서 작은 집게를 끼워 살짝 기울여서 했는데, 내일은 큰 집게로 더 기울여서 원두가 잘 뒤집히는지 봐야겠다. 그리고 숟가락으로 아래쪽을 퍼내는 방향으로 더 잘 볶이게 하는 방법을 불 안 올리고 생두로 좀 연습해봐야겠다.
로부스타를 1kg 주문했는데, 결점두로 추측되는 알들이 절반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벌써 반 정도 밖에 안 남았다. 다음 생두는 로부스타보다 두 배는 더 비싸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과테말라나 만델링으로 사야겠다. 아니면 로부스타 홀빈을 좀 사서 마셔보거나?
솔직히 로부스타의 첫 인상이 너무 구려서 (내 손 탓이겠지만ㅋㅋ) 별로 먹어보고 싶지도 않긴 하다. 어차피 계속 먹을 원두는 만델링과 과테말라가 될 것 같으니 만델링부터 도전해볼까 싶다. 나름 프로파일이 정해지면 예가체프도 해봐야지!
내일 7시에는 나가야 하는데 점심쯤부터 눈도 온다는데 벌써 한 시 반이나 됐다니... 커피에 미친 것 같다. 뭔가에 미쳐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하는 게 이 얼마만인지. 오래 갔으면 좋겠다.
21.01.28 #4
- 어제 물에 불려놓은 생두로 로스팅 시도!
- 유튜브에서 본 것보다 내 뚝배기가 조금 큰지... 숟가락으로 전체를 한 바퀴 돌려서는 원두가 다 섞이지도 뒤집히지도 아서 한 면만 쉽게 타는 현상이 있었는데, 작은 원을 그리면서 전체를 다섯번에 걸쳐 한 바퀴씩 돌려주니 훨씬 골고루 익었다. (정말 그래서 그런건지, 물에 불려놓아서 그런건지 확인 필요 ==> 내일은 물에 안 담근 생두로 똑같이 해봐야지)
드디어 커피 같은 커피가 나온 것 같다.
드디어 탄 원두가 단 한 개도 없었고, 원두 색도 분쇄 색도 마음에 쏙 든다. (일디오 만델링보다 짙은 색)
40분 동안 젓고 있느라 힘들었지만 아주 뿌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맛이 별로 없다. 어제 꺼보단 맛있지만, 즐거운 맛이 아니었다.
도서관 가서 커피 책도 잔뜩 빌려왔으니 이제 열심히 공부하고 이것저것 실험해보기만 하면 :)
내일은 로스터리샵에서 주문한 만델링과 로부스타 홀빈이 도착할 예정이다.
마셔보고 맛이 괜찮으면 로부스타 생두 한 번 더 시켜서 해봐야지. (아마 그렇지 않을 것 같지만)
일단 다음 생두 주문 때 만델링은 무조건 1kg 살 거다. 2kg 살까??
과테말라는 만델링 성공하고 나서?!
생각만 해도 신남.
빨리 싱싱한 만델링 갈아서 프렌치프레스로 내려 마시고 싶다. 지금까지는 모카포트용으로 주문한 분쇄 만델링 밖에 없어서 그걸로 프렌치프레스로 내렸는데도 첫 인상이 감동적이었는데, 프렌치프레스용으로 갈아서 바로 마시면 얼마나 맛있을까...!
배 고픈 것도 까먹고, 졸린 줄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커피 생각만 하는 요즘~ 정말 즐겁다^^
커피 볶다 밤도 샐 수 있을 것만 같다ㅋㅋㅋ
21.1.29 #5
어제처럼 캡슐로 내려서, 이번에는 따뜻할 때 맛을 보고, 얼음 넣어서 또 맛을 봤다.
따뜻할 때 한 모금 우물우물 해보니 어랏? 따뜻하게 마시는 게 더 맛있는 커피인가? 했는데, 얼음 넣어서 한 모금 머금고는 바로 깜짝 놀랐다. 와! 맛있다! 싶었던 어제까지는 느낄 수 없었던 깔끔하고 부드러운 첫 맛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중간 맛은 비슷했다. 조금 더 깔끔하긴 했다. 그리고 끝 맛, 어제는 불쾌한 느낌이 드는 단맛이었는데 오늘은 그냥 단 맛이었다. 다 삼키고 나서도 고소한 여운이 남았다.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다섯 번째 만에 드디어! 주문한 로부스타 홀빈이 오늘 도착했으면 비교해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을텐데, 아마 내일은 받을 수 있겠지 싶다.
로부스타가 딱 두 번 정도 연습할 정도 남았길래 오늘 드디어! 새로운 생두를 주문했다.
"인도네시아 와하나 만델링 G1" 1kg
"과테말라 안티구아 파노라마 SHB EP" 1kg
"콜롬비아 수프리모 후일라" 1kg
내일 도착 예정인데 빨리 받아서 볶아보고 싶다^^ 우선 남은 로부스타들로 연습 다 하고 볶아봐야지!
로부스타 뚝배기 로스팅 #6 시작하러 고고!
21.1.29 #6
이번에도 역시 캡슐로 내려서 마셔보았다. 뜨거운 상태에서도 마셔본다는 게 깜빡해서 얼음에 바로 희석해버렸는데, #3와 #4의 맛과 다시 비슷해져버렸다. 첫 맛이 부드럽지 않고 약간 탄맛이 났고, 차례차례 느껴지던 맛들은 뒤죽박죽이 되었다. 여운이 남던 즐거운 단맛이 대신, 다시 뭔가 불쾌한 느낌이 드는 단맛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분쇄 원두 향을 맡아보니 아주 살짝 쇠 냄새가 났다. 쓴 탄맛과 함께 쇠맛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한창 카페를 다니며 아메리카노를 마실 때에는 신맛보다 쌉쌀한 탄맛과 고소한 맛이 나는 걸 선호했었다. 그러다가 투스카니를 사고 카페 투어를 다니며 로스터리 카페를 몇 군데 다녔는데, 한 군데에서 주문을 하며 사장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당시 메뉴판에는 없던 과테말라 안티구아를 추천받아 마셔보게 되었다. 최근에 맛봤던 프렌치프레스 만델링 만큼은 아니었지만 굉장히 놀랬었다. 로스터리 카페의 핸드드립 커피가 맛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향이 좋고 입이 개운하고 기분 좋은 신맛이 섞여 있는 동시에, 다른 맛과 조화롭고 뒷맛이 뭔가 쩝쩝 거리며 입을 다시게 만드는...!? 코로나가 돌면서 네이버 지도에서 사라졌지만 신맛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게 해준 카페 토하두. 항상 그리운 느낌이 들 것 같다.
커피에 관심이 생기고 이상한 로부스타들을 마셔보면서 든 생각인데, 어쩌면 나의 미각이 그렇게 둔하지는 않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평소 맛없는 것 없이 다 잘 먹고 엄청 맛있다는 것들도 크게 감흥이 없었다. 그래서 항상 내 미각이 둔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런 나에게도 꼭 다시 한 번 먹고 싶은 음식이 딱 하나 있었다. 갓 20살이 되어 처음으로 가본 비싼 레스토랑에서 코스 요리로 나왔던 키조개 리조또이다. 그걸 먹을 당시에는 이게 무슨 맛이지? 하며 먹었다. 간이 거의 되어 있지 않고 뭔가 고소한데 이게 무슨 맛인가 싶은 맛이었다. 하지만 그 식당을 나온 다음 날부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두고 두고 그 맛이 생각났다. 남산 부근이었는데 애석하게도 이름이나 위치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아! 그리고 기회가 되면 또 먹고 싶은 게 하나 더 있긴 하다. 키조개 리조또 만큼은 아니지만 캐비어도 맛있었다. 역시 처음엔 이 비린 게 왜 5대 식재료인가 싶었는데, 몇 입 더 먹어보니 그 비린 맛 속에 뭔가 고소하고 감칠맛이 나는 입맛 땡기는 맛이 느껴졌었다. 하지만 내 돈 주고 먹고 싶진 않다. 캐비어 한 입 대신 일반 생두를 사면 적어도 1키로는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요즘 쩝쩝대며 커피 맛을 느껴보려 용을 쓰면서 든 생각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21.1.30. 커피 파업 때문에 그저께 주문한 로부스타/만델링 홀빈도 어제 주문한 생두도 받지 못했다. 받으면 남은 로부스타들을 오늘 모두 소진하고, 내일은 만델링 로스팅에 첫 도전할 생각이었는데 실망이 크다. #1~#6 커피들도 몽땅 펼쳐놓고 홀빈/가루 색상 비교, 맛비교도 하려고 했는데... 그래서 이번 주말은 그 어느 주말보다 기대하며 택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로부스타가 원래 무슨 맛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맛 비교를 해봐야 뭐하나 싶어서 월요일로 미룰까 싶다...)
21.1.30 #7
#5가 첫 인상이 부드럽고 맛있다는 느낌이었다면 #7은 살짝 더 쌉싸름 한데 불쾌한 쓴맛이 아닌 즐거운 쓴맛이다. 모든 맛이 #5가 차례차례 맛들이 나타난다면 #7은 처음부터 단맛 뺀 모든 맛들이 어우러졌고, 단 끝맛이 나올 쯤 탄 향이 기분 좋게 난다. 무엇보다 원두 색과 분쇄 색이 같은 게 가장 기분이 좋다. 1차, 2차 팝이 아주 예쁘게 나온 것도 좋고! 그런데, 1차 팝이 4' 30" 쯤이라 약간 이른 감이 있었고 그 덕에 탄 원두가 꽤 많았다.
(1) 온도 조절을 조금 더 잘할 필요가 있다. 흠... 가스렌지 다이얼이 유격 같은 게 있어서 80% 위치에 있다고 80%의 화력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다음번에는 불 크기를 보고 해야겠다.
(2) 숟가락으로 콩을 더 잘 볶으려면?!
- 50g은 너무 작다. 생두가 서로를 밀어서 섞이려면 더 많아야 한다. (괜히 큰 뚝배기 사서 ㅋㅋㅋ)
- 숟가락 방향? 사이즈??
주문해서 마셔본 로부스타는 내 입맛에 너무너무 안 맞았다.
그동안 로스팅한 원두를 모두 비교하며 마셔봤지만... 결국에는 예쁜 쓰레기들만 잔뜩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 만델링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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